에어컨이 당신을 죽인다? 여름철 급증하는 '극심한 고통'의 정체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인해 모두가 지쳐 있다. 시원한 실내 냉방만이 유일한 피난처처럼 느껴지지만, 이마저도 우리 몸에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뜨거운 외부 온도와 차가운 실내 공기 사이의 급격한 온도차는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며, 이는 단순한 냉방병이나 감기를 넘어 예상치 못한 질병의 문을 열기도 한다. 특히 여름철, 면역력 저하와 함께 급증하는 질환이 바로 '대상포진'이다.많은 사람들이 대상포진을 겨울철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매년 7월부터 9월 사이에 대상포진 환자 수가 가장 많다. 이는 여름철의 고온다습한 환경과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차, 그리고 과도한 땀 배출과 피로 누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수분 부족과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어릴 적 수두를 앓은 후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활성화되기 쉬운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다.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잠자던 바이러스가 깨어나 신경을 따라 피부에 극심한 통증과 특징적인 물집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몸살감기와 유사하게 으슬으슬한 오한과 피로감이 동반되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그러나 곧이어 특정 부위에 칼로 베는 듯하거나 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고, 붉은 발진과 함께 띠 모양의 물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통증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워 많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물집은 약 2주에 걸쳐 변화하며 딱지로 변해간다.문제는 피부 병변이 아문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몇 달, 심지어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이는 특히 고령 환자의 약 30%에서 발생하며,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 고령층에서는 신경통 외에도 뇌염, 안면마비, 시력 또는 청력 손실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더욱 위험하다.세란병원 내과 장준희 부장은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닌 신경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며,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에는 누구에게나 발생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장 부장은 또한 "대상포진이 의심된다면 발진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골든 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여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비롯한 합병증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장준희 부장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질병의 발병 자체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만약 발병하더라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률을 현저히 낮춰준다"며, "50세 이상 성인이라면 적극적으로 예방접종을 고려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덧붙인다.올여름, 무더위 속에서 우리 몸의 면역력은 끊임없이 시험받고 있다. 단순한 피로감이나 감기로 치부하기 쉬운 증상들이 사실은 대상포진의 전조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 위한 현명한 선택은 바로 우리 몸의 신호를 놓치지 않고 면역력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