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스트레스… 손흥민의 깊은 고민 끝, LAFC 이적 '숨겨진 이야기'

 '리빙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손흥민(33·토트넘 홋스퍼) 선수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 이적이 이제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축구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선수로서 전무후무한 발자취를 남기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월드클래스' 손흥민이 이제 새로운 대륙, 새로운 무대에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이적설에 무게가 실린 것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가 끝난 직후였다. 손흥민 선수는 경기를 마친 뒤 팀과 함께 출국하지 않고 국내에 잔류했는데, 이는 LAFC와의 계약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한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뉴캐슬전이 열리기 전부터 LAFC 협상단이 한국에 방문했다는 구체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미국행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일각에서는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아 이적이 추진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던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토트넘 구단은 손흥민 선수에게 두 차례에 걸쳐 계약 연장의 뜻을 강력하게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축구 관계자는 "손흥민 선수의 두 번째 재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오던 올 1월부터 토트넘은 그의 계약 연장을 간절히 원했다"며, "최근까지도 토마스 프랑크 감독(덴마크)이 손흥민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직접 전해온 것으로 안다"고 귀띔한다. 이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단순한 선수를 넘어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상징적인 존재였음을 방증한다.손흥민은 2015년 여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으며 5년 계약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2018년 7월 첫 재계약을 맺었고, 2021년 7월에는 두 번째 재계약을 통해 1년 연장 옵션을 포함시켰다. 특히 주목할 점은 토트넘이 올해 1월 이 연장 옵션을 발동시키면서 그의 계약 기간이 2026년 6월까지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당시 외신들은 "연장 옵션 행사는 선수가 팀을 떠날 가능성을 품고 있다"며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지만, 실제 상황은 이와 달랐다. 이 옵션 활성화는 손흥민이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으며, 토트넘에 이적료를 안겨주기 위한 배려였다는 후문이다.이 시기, 손흥민 선수는 선수로서 깊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고, 부상 회복 속도가 더뎌지면서 경기력 또한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만 무려 4차례 부상을 당해 총 67일 동안 17경기에 결장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팀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상당했다. 비록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제패하며 17년 만에 무관의 한을 풀긴 했지만, 리그컵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는 일찌감치 탈락했고, EPL에서는 강등권 문턱까지 밟는 등 팀 전체가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팀의 주장으로서, 그리고 베테랑 선수로서 자신의 역할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이러한 내적 갈등과 외부 환경의 압박이 그의 선수 생활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나더라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떠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는 토트넘에 이적료를 안겨줄 수 있는 여름 이적시장이나 내년 1월 이적시장만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지난 1월 연장 옵션을 받아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크 감독 역시 손흥민이 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경력과 출중한 실력, 엄청난 상품성은 물론, 흠잡을 데 없는 인성까지 갖춘 손흥민은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손흥민은 결국 팀을 먼저 생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자신이 팀에 더 이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는 정점에서 아름답게 물러나겠다는 결심을 굳혔고, 프랑크 감독에게 직접 '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러한 그의 자기희생적인 결단이 있었기에 LAFC로의 미국행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다. 이번 이적은 단순한 선수 이동을 넘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자신의 커리어와 팀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내린, 존경받을 만한 선택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