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보니 '국제조직' 말단?…한국을 마약 제조기지로 삼으려 한 대담한 범죄 전말
평범한 관광객 행세를 하며 한국에 입국한 40대 영국인 커플이 국내 주택가에 버젓이 마약 제조 시설까지 차려놓고 직접 생산한 ‘엑스터시’를 유통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국제 마약 조직의 일원으로 추정되며, 한국을 마약 생산 및 유통의 중간 거점으로 삼으려 한 대담한 범죄 행각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경남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영국인 관광객 2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연인 사이인 이들은 관광 비자로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입국 당시 이들은 엑스터시의 주원료인 메틸렌디옥시 메타페타민(MDMA) 가루 360g을 몸속에 숨기는 충격적인 방법을 사용해 공항의 감시망을 유유히 통과했다. 이들이 밀반입한 360g의 원료는 엑스터시 알약 1,800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로 환산하면 약 3억 6천만 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이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입국 후 닷새 동안은 평범한 관광객처럼 국내를 여행하며 의심을 피했다. 이후 지난달 27일, 국제 마약 조직의 다른 조직원이 미리 임차해 둔 경남 김해시의 한 주택가 빌라에 비밀리에 입주했다. 이들은 이곳을 거점 삼아 본격적인 마약 제조에 돌입했다. 알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인 압축 기계는 중국에서 국제 택배로 조달했으며, 저울, 대야, 용기 등 나머지 도구들은 김해 현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대담함을 보였다.모든 준비를 마친 이들은 직접 제조한 엑스터시를 들고 부산·경남 지역의 유흥가를 돌며 판매를 시도했다. 이들은 ‘1알에 20만 원, 2알에 35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가격까지 정해놓고 유통망을 확보하려 했으나, 이들의 꼬리는 길지 않았다.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수사망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경찰이 이들의 은신처인 빌라를 급습했을 때, 현장에서는 이미 완성된 엑스터시 알약 108정과 아직 제조 전인 원료 약 340g이 발견되어 모두 압수되었다.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한국 방문이 처음이고 마약 관련 전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전문가 수준의 원료 밀반입 수법, 사전에 국내 거점을 확보한 점, 체계적인 제조 및 유통 계획 등을 미루어 볼 때, 이들이 거대한 국제 마약 조직의 최하위 ‘행동책’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조직의 상선이 발각될 경우를 대비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꼬리’ 역할을 맡았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2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이들이 속한 마약 조직의 상선과 국내외 공범들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