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갈등에 지친 한국 의사들, 뉴질랜드가 손짓하자 '엑소더스' 조짐

 뉴질랜드 의료위원회가 지난 3월 한국과 일본을 비교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갖춘 국가로 공식 인정하면서 한국 의사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다. 이 결정으로 한국에서 교육받은 의사들은 별도의 자격 시험이나 추가 교육 없이도 뉴질랜드에서 의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한국 의사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민 컨설팅사 서울이민에 따르면 7월 초에 개최된 설명회에는 약 350명의 한국 의사들이 참석했다. 이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로, 뉴질랜드 의사 등록 절차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의료인들이 모인 것이다.특히 지난 7월 18일 금요일 서울에서 열린 두 번째 설명회에는 마취과, 재활의학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준비 절차에 대한 정보를 듣고, 30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력서 작성 방법 등 실질적인 질문들을 쏟아냈다.한국 의사들이 뉴질랜드 이민에 관심을 보이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의료 환경의 과중한 업무 부담이다. 한국 의사 1인당 진료 건수는 6,100명으로,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3.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일반 면허를 가진 전공의들은 주당 평균 75시간을 근무하고 있어, 많은 의사들이 업무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설명회에 참석한 한 피부과 전문의는 "대부분의 국가는 한국 의사 면허를 인정하지 않지만, 뉴질랜드는 인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세히 알아보러 왔다"며 "쉽게 오지 않는 기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의 의사는 최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인한 한국 의료계의 불안정성과 과도한 환자 진료로 인한 정신적 부담이 뉴질랜드 이민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서울이민 측은 예상보다 많은 전문의와 의사들이 이 기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 의료계의 현실적인 고충과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찾고자 하는 의사들의 열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