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에서 딱 1시간, 인생 여행지 예약… 스위스의 '진짜' 얼굴 숨겨진 동화 속 도시
스위스 여행을 계획할 때 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는 도시, 루체른. 그러나 이곳은 하루 만에 떠나기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알프스 봉우리와 거울 같은 호수가 어우러진 고요한 보석이다.루체른의 첫인상은 투명한 호수 위로 떠 있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눈 덮인 필라투스산의 봉우리가 수면에 어른거리고, 그 위로 백조들이 미끄러지듯 유영한다. 로이스강을 경계로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구시가지와 현대적인 거리가 공존하는 풍경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이 도시는 무엇보다 걷기에 좋다. 돌이 깔린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진다. 어느 순간 여행자는 자신이 도시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가진 오랜 서사가 천천히 자신에게 스며드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루체른의 심장은 단연 카펠교다. 14세기에 지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이 목조 다리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붉은 지붕 아래 걸린 오래된 그림들을 감상하며 다리를 건너는 행위는 시간을 거슬러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다리 끝의 팔각형 워터 타워는 과거 감옥과 망루로 쓰였던 역사를 간직한 채 묵묵히 서서 도시의 상징이 되어준다.구시가지에 들어서면 마치 살아있는 박물관에 온 듯하다. 벽화가 그려진 고풍스러운 건물, 중세 상인들의 집, 시원한 물줄기를 뿜는 분수들이 여행자를 과거로 이끈다. 도시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무제크 성벽에 오르면 루체른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루체른은 클래식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사랑했던 이곳에는 그가 머물던 저택을 개조한 박물관이 있으며, 매년 여름이면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모이는 루체른 페스티벌이 열려 호수 위로 아름다운 선율을 쏟아낸다.여행의 거점으로도 최적의 장소다. 취리히 공항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고, 파리나 뮌헨 같은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직행열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루체른에 머물며 유람선을 타고 바그너가 사랑한 휴양지 베기스나 피츠나우 같은 호숫가 소도시를 다녀오는 반나절 코스는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이토록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루체른을 하루 만에 떠나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선택이다. 이틀에서 사흘, 시간을 내어 머물러 보라. 호숫가 카페에 앉아 일몰을 바라보고, 고요한 골목을 산책하는 느릿한 시간 속에서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휴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