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공짜 관람... 한국 여자축구의 숨겨진 '팬서비스 천국' 최초 공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정상을 탈환하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최종전에서 대만을 2-0으로 꺾고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이번 우승의 의미는 남다르다. 동아시아 여자축구는 일본, 중국, 북한 모두 세계적 강팀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한국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는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우승의 주역들이 소속된 WK리그는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여자축구 리그다. 대표팀 25명 중 17명이 이 리그 소속으로, WK리그가 한국 여자축구의 산실임을 증명한다. 그러나 대표팀의 성과와 달리 리그 자체의 인지도와 인기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평균 관중 수는 200명 남짓으로, 남자 K리그가 올 시즌 누적 200만 관중을 돌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하지만 최근 WK리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2월 양명석 회장이 여자축구연맹 수장으로 부임한 후, 조직 개편과 미디어 콘텐츠 품질 향상 등 팬 소통 전략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SNS를 통한 고화질 사진, 선수 브랜딩 콘텐츠가 활발히 업로드되고 있으며, 현장 관중 수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서울시청 아마조네스와 인천현대제철 레드엔젤스의 경기는 이러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WK리그 통산 최강팀 인천현대제철을 서울시청이 2-1로 꺾는 이변 속에, 평소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고 뜨거운 응원 열기가 현장을 가득 메웠다. 동아시안컵 우승 주역인 정민영, 김민지, 최유리 등이 출전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여자축구의 가장 큰 무기는 '재미'다. 최근 전술적 변화로 남자 축구에서 드리블 돌파나 빠른 전개가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여자축구는 시원한 공격과 빠른 공수 전환이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시청 김민지 선수는 "WK리그는 팀워크가 중요한 종목이고, 선수들이 개성 있는 플레이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시도가 많다. 빠르고 저돌적인 움직임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다"고 밝혔다.동아시안컵 우승을 이끌며 서울시청과 인천현대제철 경기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정민영 선수는 이번 결과가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자축구를 위해 묵묵히 뛰어온 모든 선배들과 동료 선수들이 쌓아온 과정의 결과"라는 것이다. 정민영은 현재 여자축구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프로화'를 꼽았다. "팀 수가 부족하고, 여자축구 인구도 줄고 있다. 프로화를 위해선 더 많은 관심과 인재 유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여자축구는 팬과의 거리도 가깝다. 입장료가 없거나 저렴하고, 관중 수가 적어 원하는 자리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선수들과 팬 간의 직접적인 소통도 가능하다. 연맹 홍보 담당자인 조윤나 매니저는 "우연히 지소연 선수에게 받은 팬 서비스 하나가 WK리그를 알게 된 계기가 됐다"며 "작은 계기로 생긴 관심이 리그 전체에 대한 애정으로 커졌다"고 말했다.WK리그는 현재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동아시아 정상에 오른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활약하는 리그, 팬과 가까운 축구, 그리고 한 번 보면 다시 찾게 되는 재미. 이제 WK리그는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