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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서 치킨도 못 시키는데"…'관광 100조' 구호가 무색한 K-관광의 현실

 정부가 '관광 소비 100조 원, 관광객 3000만 명'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정작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낙후된 결제 및 교통 시스템이라는 기본적인 인프라 장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실질적인 관광 소비를 가로막는 걸림돌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꼽은 한국 여행의 가장 큰 불편함은 교통(19.7%)이었다. 음식(13.5%), 언어(13.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 의원은 "한강에서 치킨 한 마리 시켜 먹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소비 자체가 막히는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전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진 결제 시스템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전 세계 오프라인 결제의 74%가 비접촉식(EMV) 방식인 반면, 한국의 보급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애플페이나 구글페이 등 해외 결제 서비스가 국내 매장에서 '먹통'이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교통 시스템 역시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티머니 교통카드는 해외 신용카드로 충전이 불가능하며, 아이폰 이용자는 모바일 티머니를 사용할 수 없다. 런던,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십수 년 전부터 해외 카드 한 장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 의원은 "K-콘텐츠는 국경을 넘었지만, K-서비스는 국경 안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며, "관광공사는 홍보 포스터를 만들기 전에 관광객이 실제로 돈을 쓸 수 있는 시스템부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류 열풍을 내세우기 전에 외국인들이 겪는 불편부터 해소해야 '다시 찾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공허한 목표 수치보다 실질적인 이용 환경 개선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