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시대의 비극과 저항을 음악에 담아냈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그의 서거 50주기를 맞아, 격동의 시대를 관통했던 거장의 음악이 국립심포니의 실내악 연주로 되살아난다. 국립심포니는 오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함께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휴머니즘을 조명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쇼스타코비치의 대표 실내악 두 곡이 자리한다. 먼저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소품’은 왈츠, 폴카 등 경쾌한 춤곡 형식을 빌렸지만, 그 이면에는 시대의 부조리를 꼬집는 날카로운 풍자와 씁쓸한 아이러니가 녹아있다. 이어 연주될 ‘피아노 삼중주 2번’은 작곡가가 절친한 친구를 잃은 슬픔 속에서 써 내려간 비통한 애가(哀歌)다. 특히 마지막 악장에 등장하는 유대 민속 선율은 전쟁과 억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삶의 의지를 처절하게 증언한다.

 

이 깊이 있는 선율을 해석할 협연자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나선다. 독일 ARD 콩쿠르 입상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며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특유의 섬세하고 지적인 연주로 쇼스타코비치 음악에 담긴 복합적인 감정선을 풀어낼 예정이다.

 

공연의 첫 문은 의외의 선택인 베토벤의 ‘세레나데’가 연다. 쇼스타코비치의 묵직한 작품들과는 대조적으로, 젊은 베토벤의 재치와 담백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화려함 대신 절제된 아름다움을 통해 관객들을 편안하게 맞이한 뒤, 곧이어 펼쳐질 쇼스타코비치의 강렬한 음악 세계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