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내부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팬덤 간의 물리적 충돌로 비화했다. 그룹 르세라핌과 아일릿의 팬덤은 20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앞에 항의 문구를 실은 트럭을 보내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뉴진스의 어도어 복귀 논란 속에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팬들의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다. 온라인상의 갑론을박을 넘어, 소속 아티스트 보호와 악성 여론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사옥 앞까지 당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시위 트럭에 담긴 문구는 각 팬덤이 마주한 고통과 분노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르세라핌 팬들은 소속사 쏘스뮤직을 향해 '직장 내 괴롭힘조차 처리 못 하고 입만 다문다'며 소극적인 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진짜 심장이 떨릴 정도로 괴로운 건 르세라핌과 피어나(팬덤명)'라는 문구를 통해, 현재 논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근거 없는 비난을 감내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팬덤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억지 사과와 화해'를 거부하며, 그룹을 악의적으로 공격한 집단과의 어설픈 타협은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아일릿 팬덤 역시 '조직적인 악플 공격'에 대한 소속사 빌리프랩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며, 특히 일부 멤버가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인신공격에 노출된 현실을 지적하며 아티스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러한 팬덤의 집단행동은 하이브와 어도어, 그리고 뉴진스 멤버들 간의 향후 거취에 대한 협상이 지연되면서 예견된 수순이었다. 뉴진스의 복귀 여부 및 활동 방향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늦어지는 사이, 팬덤 사이에서는 각종 추측과 루머가 확산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특히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표절' 프레임의 직접적인 당사자로 지목된 아일릿과, 논란 과정에서 지속적인 비방에 시달려온 르세라핌의 팬덤에게는 뉴진스의 복귀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 자체가 또 다른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경영진의 갈등 봉합 실패가 소속 그룹 팬덤 간의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각 소속사들은 뒤늦게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진화에 나섰다. 르세라핌의 소속사 쏘스뮤직과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은 최근 급증한 악성 게시물에 대해 증거를 수집하고 있으며, 아티스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악플러에 대한 사후 대응일 뿐, 팬덤 간에 쌓인 불신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의 리더십 부재가 촉발한 '집안싸움'이 팬덤 전쟁으로까지 번진 현 상황에서, 하이브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