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현이 강렬한 악역 연기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오해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한 그는 '에겐남'이라는 가명으로 무대에 올라 감춰뒀던 노래 실력을 뽐냈지만, '테토녀'에게 아쉽게 패배하며 정체를 공개했다. 가면을 벗은 그의 얼굴이 드러나자 판정단과 관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신병' 등 굵직한 작품에서 일본인 역할을 연달아 맡으며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실력파 배우였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유쾌한 입담을 선보이는 한편, 자신을 둘러싼 씁쓸했던 오해와 그에 얽힌 가족사를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정현을 둘러싼 오해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광복절 경축식이라는 의미 있는 행사에 초청되어 애국가를 제창하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이 무대 이후, 그는 뜻밖의 항의에 직면해야 했다. 바로 "왜 일본인이 광복절에 애국가를 부르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적인 반응 때문이었다. 이정현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무래도 시청자분들께 얼굴을 알린 작품들이 모두 일본인 역할이었고, 특히 '미스터 션샤인'에서 워낙 나쁜 짓을 많이 해서 기억이 안 좋으셨던 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 아이러니한 상황에, 그는 수많은 악성 댓글을 감내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와 달리, 그의 집안은 누구보다 나라 사랑의 정신이 투철한 가풍을 지니고 있었다. 이정현은 "사실 저희 외가 쪽에 국가유공자분들이 많이 계신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하며, 그를 둘러싼 오해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의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는 6.25 전쟁에 참전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고 무성화랑 무공훈장까지 받은 참전용사였던 것이다. 이에 MC 김성주 역시 "광복절 경축식에서 애국가는 아무나 부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그가 해당 행사에 초청된 것 자체가 그의 애국심과 상징성을 인정받은 결과임을 강조했다. 배우로서의 역할과 실제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결국 '복면가왕' 무대는 그에게 노래 실력을 뽐내는 자리를 넘어, 대중에게 자신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고 진심을 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편견에 대해 담담히 설명하면서도, 나라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이정현은 방송 말미에 "저도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우리나라 파이팅"을 외치는 것으로 모든 해명을 갈음했다. 그의 진심 어린 외침은 연기력만큼이나 묵직한 울림을 주며, 시청자들에게 그의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