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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히니 부모 찬스! 20대 증여 급증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난달 서울에서 20대에게 집합건물이 증여된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20대 증여 신청 가운데 상당수가 성동구에 집중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지고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자녀에게 주택을 미리 넘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만 19~29세 청년이 집합건물 소유권 증여를 신청한 건수는 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6월 53건 이후 1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역별 편차는 컸다. KB부동산 기준 평균 아파트 시세가 19억4116만원에 이르는 성동구에서만 28건이 접수됐다. 전체의 68.3%로, 서울에서 20대에게 이뤄진 증여 10건 가운데 약 7건이 성동구에 집중된 셈이다.
뒤를 이은 곳은 구로구 4건, 도봉구 3건, 관악구 2건이었다. 강서구와 금천구, 영등포구에서도 각각 1건씩 증여 신청이 있었다.

올해 전체 흐름을 보면 20대를 대상으로 한 증여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만 19~29세 청년에게 집합건물을 증여한 신청 건수는 모두 93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건과 비교하면 약 3.88배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증여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거론된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을 바꾸는 방안을 발표한 시점과 20대 증여 증가 시기가 맞물리면서 향후 세금 부담 변화에 대응하려는 자산 이전 수요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달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고,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도 예정대로 시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정부는 양도차익에 따라 공제액이 계속 커지는 기존 구조에 공제 한도 금액을 도입하기로 했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8년에는 20억원, 2029년부터는 10억원을 한도로 설정하는 방안이다.
공제 방식 역시 기존의 보유 기간 중심에서 실제 거주 기간을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2029년부터는 보유에 따른 공제를 없애고 거주에 대해서만 연 8%를 적용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같은 세제 변화가 예상되면서 다주택자 사이에서는 주택을 직접 매각할지 자녀에게 증여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주택을 자녀에게 미리 넘길 경우 부모는 보유 주택 수를 줄여 향후 종부세나 양도세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전체로 보면 보유 자산을 유지하면서 명의를 이전하는 효과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할 경우 양도차익을 ‘0원’으로 가져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가 양도와 증여 가운데 어떤 방식이 세금을 더 줄일 수 있는지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대 증여 증가를 단순히 고가 주택의 세금 회피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자녀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부모가 보유한 주택을 넘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동구 같은 고가 주거지역뿐 아니라 구로구와 도봉구, 관악구 등 상대적으로 외곽 지역에서도 증여가 이뤄지고 있다. 매매가 쉽지 않은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남 연구원은 구로·도봉·관악 등 외곽에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대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한 수단으로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의 자산을 활용해 주택을 마련하는 20대가 늘면서 청년층 사이의 주거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주택 마련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조교수는 강화된 대출 규제와 고금리 상황에서 부모의 자본력이 청년층의 주택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로부터 자산을 지원받은 청년은 비교적 일찍 주거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스스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청년들은 높은 진입 장벽에 직면하면서 ‘출발선의 불평등’이 구조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최근 20대 증여 증가는 세금 부담 변화에 대응하려는 자산 이전과 대출 규제 속에서 자녀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함께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서울의 20대 증여 신청이 1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청년층의 주거를 둘러싼 부모 자산의 영향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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