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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테라파워 동맹, AI 시대 무탄소 전원 선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증가로 전 세계적인 전력난이 심화되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주요 원전 시공사들은 미국을 비롯한 원전 종주국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차세대 원전 수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중이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수준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최근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원전 기업 테라파워와 손잡고 소듐냉각고속로 기반의 나트륨 원전 사업 수행을 위한 기본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현대건설은 테라파워가 추진하는 최대 8기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 설계와 시공을 담당하는 우선적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테라파워의 원전은 이미 메타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전력 공급 계약을 마친 상태로, AI 시대의 유연한 무탄소 전원으로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통해 해외 원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 신설된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중심으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본계약 체결을 위한 팀코리아의 핵심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수장 교체를 단행하며 글로벌 수주 영업 역량을 한층 강화한 대우건설은 유럽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수십조 원 규모에 달하는 체코 프로젝트는 향후 유럽 내 추가 원전 수주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에서 협력했던 두 건설사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원전 사업은 막대한 자본과 수십 년의 외교적 신뢰가 필요한 만큼 리스크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탈락한 경쟁사들이 법적 소송을 제기하며 계약을 지연시켰던 사례는 글로벌 원전 시장이 기술력뿐만 아니라 고도의 법적·정치적 대응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뒤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속되는 국제 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은 건설 비용을 높이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은 한국형 원전의 독자적인 수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막대한 기술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는 국내 원전 산업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가 원전 기업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원전 건설에 직접 투자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시공 능력을 갖춘 국내 건설사들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지식재산권 리스크를 해소하는 정교한 전략이 동반되어야만 진정한 원전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