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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80원 공포에 한은 결국 금리 인하 포기
한국은행이 2026년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50% 수준에서 묶어두기로 결정했다. 실물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한은은 1480원대에 육박하는 고환율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라는 두 마리 괴물을 잡기 위해 결국 '금융 안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나라 금고에 달러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쌓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 요인을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한은 금통위는 15일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공식화했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8%로 다소 낮고 물가상승률도 2.1%로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꿈틀대는 집값과 작년 11월보다 오히려 더 나빠진 환율 상황이 한은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해 1480원 선을 위협하는 변동성을 보이자 금리 인하가 자칫 환율 폭등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지표를 살펴보면 물가는 어느 정도 잡혀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3%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고 연간으로 봐도 전년보다 낮은 2.1%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이고 근원물가 또한 2% 내외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향후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는 높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지표들조차 '금융 불균형'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수출 지표는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AI 열풍을 탄 반도체 수출 호황 덕분에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122억 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3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기록이자 1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11월까지의 누적 흑자 규모만 1018억 2000만 달러에 달해 연간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115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는 증거다.
가계대출 상황은 다소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 12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연말 부실채권 정리와 은행들의 관리 강화 덕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례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치가 줄어들며 12월 한 달간 전체 가계대출이 1조 5000억 원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은은 이를 일시적인 계절 요인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핵심 지역의 집값 상승 기대가 여전하고 비규제 지역의 거래량이 살아나고 있어 연초 이사 수요 등이 몰리면 언제든 대출이 다시 폭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외 여건도 불확실성 그 자체다. 미국 연준(Fed)이 1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위증 혐의로 소환장을 받는 전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파월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강하게 비판하며 연준의 독립성 논란이 불거지는 등 미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정책 기조가 안갯속인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건드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이번 금리 동결은 환율 안정과 가계대출 관리라는 두 가지 숙제를 풀기 위한 한은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수급 안정 조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조적인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통화량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규제 속에 통제되고는 있으나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고환율 압박이 여전한 만큼 한은이 금리 인하라는 도박을 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실물 경기나 물가만 보면 인하가 맞지만 환율과 서울 아파트 가격이라는 변수가 금통위원들에게 엄청난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질적인 환율 안정을 위해 미국의 통화량 증가율보다 한국의 증가율을 낮게 유지하는 등의 구조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은은 일단 시장에 '금융 안정 최우선'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역대급 수출 흑자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안 요소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는 매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금리 인하를 기다려온 대출자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국가 경제의 큰 틀에서 안정을 선택한 한은의 행보가 향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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