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부산 정상회담에서 이끌어낸 합의에 따라 10일부터 상호 관세 인하 및 유예 조치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며 숨 가쁘게 이어져 온 무역 갈등의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이번 조치는 양국이 극단으로 치닫던 갈등 국면에서 한발 물러나 실질적인 협력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은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후 2시 1분을 기해 중국산 펜타닐 관련 제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인하한다. 이와 함께 가장 상징적인 갈등 요소였던 125% 초고율 관세 중 현재 유예 중이던 24%에 대해서도 2026년 11월 10일까지 1년간 추가로 부과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밝힌 대로 미국의 대중국 평균 관세율은 전임 정부 시절 관세를 포함해 57%에서 47%로 낮아지는 효과를 낳게 됐다.

 

중국 역시 같은 날 오후 2시 1분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성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하며 화답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미국산 닭고기, 밀, 옥수수, 면화에 대한 15% 추가 관세와 대두, 돼지고기, 쇠고기, 수산물 등에 대한 10% 추가 관세가 동시에 유예된다. 이는 지난 3월 미국이 펜타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즉각적으로 취했던 보복 조치였다는 점에서 양국이 갈등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중국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현재 유예 중인 24%의 추가 관세를 1년간 더 유예해 기존처럼 10%만 부과하기로 했다. 관세 조정 외에도 중국 해관총서는 미국 기업 3곳의 대두 수출 자격을 복원하고, 그동안 막아왔던 미국산 원목 수입 금지 조치도 해제하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이어갔다.

 

이번 합의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전략 무기'로 여겨지던 핵심 광물 및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까지 완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관세 조정을 넘어 공급망 갈등의 핵심 고리를 풀어낸 조치로 평가된다. 중국 상무부는 이미 지난 6일, 미국 군수기업 31곳을 대상으로 내렸던 핵심 광물 등 이중용도 물자(군사용 및 민간용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물자)의 수출 금지 조치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7일에는 일부 희토류 소재와 장비, 리튬 배터리 소재 등의 수출 통제를 2026년 11월 10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고, 9일부터는 반도체 등의 핵심 원료인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의 대미 수출 통제 조치까지 같은 기간 동안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양국이 파격적인 수준의 상호 유예 조치를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면서, 지난 수년간 세계 경제를 짓눌러 온 미중 무역전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125% 추가 관세 중 91%를 전격 취소한 것을 시작으로 런던, 스톡홀름, 마드리드에서 이어진 실무 협상을 통해 양국은 갈등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조절해왔다.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가장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합의안으로, 비록 1년 또는 2년의 한시적인 유예 조치가 대부분이지만, 양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관리할 수 있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