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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눈'이 땅의 '발'을 조종했다…우크라이나 전장을 지배하는 소름 돋는 드론 전술

 하늘을 지배하던 드론이 이제는 땅 위를 달리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 북동부 전선에서 벌어진 한 전투는 지상 드론(UGV)의 등장이 단순한 신무기 투입을 넘어, 현대전의 패러다임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제3공격여단은 러시아군에 빼앗긴 2개의 핵심 진지를 탈환하기 위해 2주간 사투를 벌였지만, 견고한 방어선 앞에서 번번이 실패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감청을 통해 진지를 사수하는 러시아군이 정예 병력이며, 공중 드론으로 보급까지 받으며 역습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파악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궁지에 몰린 우크라이나군이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바로 폭약을 탑재한 소형 지상 드론이었다. 약 63kg에 달하는 대전차지뢰 3발을 싣고 적진을 향해 굴러가는 이 바퀴 달린 로봇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었지만, 작전의 핵심은 공중과 지상의 입체적인 협업에 있었다. 자체 카메라가 없는 지상 드론의 '눈'이 되어준 것은 상공을 맴도는 공중 드론이었다. 원격 조종사는 공중 드론이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화면을 보며 마치 게임을 하듯 지상 드론을 정교하게 조종했고, 첫 번째 드론은 러시아군 참호 입구에서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며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첫 폭발 이후에도 적의 움직임이 없자, 우크라이나군은 지체 없이 두 번째 지상 드론을 같은 지점으로 보냈다. 조종사가 또 한 번의 파괴적인 폭발을 위해 자폭 스위치를 누르려던 바로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하얀 종이판을 든 러시아 병사 한 명이 참호 밖으로 걸어 나와 항복의 뜻을 밝힌 것이다. 잠시 후, 두 명의 러시아 병사는 모든 무장을 해제한 채 두 손을 들고 나와 공중 드론의 안내에 따라 투항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단 한 명의 보병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았다.

 

작전을 지휘한 26세의 중대장 미콜라는 "포로를 잡았다는 사실보다, 아군 보병을 단 한 명도 잃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히며, 이 작전의 진정한 의미를 설명했다. 이는 인구수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놓인 우크라이나군이 왜 드론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만 원 남짓의 저렴한 드론 몇 대로 수많은 포탄과 귀중한 병사의 목숨을 맞바꾼 셈이다. 지상 드론은 이제 단순히 보급품을 나르고 부상자를 후송하는 지원 역할을 넘어, 적진의 심장부를 직접 타격하고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공격 자산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