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한 3학년 선배들의 제적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의대 집단휴학 사태 이후 후배들이 선배의 제적을 직접 요청하고, 이를 두고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일부 후배들은 선배들의 강압을 ‘협박’으로 규정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학교와 선배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사건의 발단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일부 3학년 학생들의 집단 수업 거부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 수업 불참으로 인해 제적 예정 통보를 받은 3학년 학생들은 SNS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2학년 후배들에게 “수업에 출석하지 말라”며 지속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메시지에서는 “너희가 수업을 들으면 골치 아파진다”, “강의 듣고 시험 치면 대가 치르게 될 것” 등 직접적인 협박성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학년 학생 중 김모(가명)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교가 학칙대로 선배들을 제적하지 않으면 선배와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며, “극단적 협박을 일삼은 이들이 학교에 복귀하는 것이 두렵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안을 두고 김 씨를 포함한 2학년 학생 14명은 현재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률 자문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학교 측이 선배들의 명백한 학칙 위반을 확인하고도 징계를 유보하고 있다며 교육부 행정지침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에 따르면 일부 선배는 후배들을 개별적으로 불러내 “녹취가 우려된다”며 휴대전화를 일시적으로 압수하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하며 정신적 압박을 가했다.

 

 

 

학교 측은 관련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선배들의 강압에 따라 출석하지 못한 학생에 한해서는 제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13일 차의과대 의전원은 공지를 통해 “수학 의지가 명확한 학생의 경우 5월 12일부터의 결석은 외력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간주해 무단결석이 아닌 것으로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 측은 여기서 ‘외력’을 선배 및 동료 학생들의 방해와 협박, 감시 행위로 정의했다.

 

교육부도 이 사안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에 접수됐으며, 학교 측에 철저한 사실 확인과 함께 엄정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총 18건의 유사 사례를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이 중 12건은 수업 거부 강요, 6건은 복귀 의대생의 신상 유포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차의과대 의전원 3학년 학생들은 본지 취재진에 “후배에 대한 수업 방해나 협박은 없었다”며 “김 씨의 주장은 허위”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후배들의 증언과 문자메시지 등 정황이 다수 확보된 만큼 사실관계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의과대 의전원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학전문대학원 형태로 운영되는 의사 양성 기관이다. 이번 사태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 정책과 의료계 반발 사이에서 벌어진 혼란이 학생들 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학내 권력 관계 속에서 선후배 간 위계적 문화와 집단행동이 결합되며, 개별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사례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유사한 갈등은 다른 의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을지대는 최근 정부와 대학이 정한 복귀 시한 전후로 수업 참여를 방해한 의대생 2명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의료계의 집단 행동이 학내 학습권과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학과 교육 당국이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내 갈등을 넘어, 한국 의학 교육의 제도와 문화, 집단의식이 낳은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