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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의 뜨거운 눈물?…'괴물' 류현진, 문동주 품에 안겨 와르르

 18년 만에 돌아온 가을야구 무대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한화 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진출 명운이 걸린 플레이오프 3차전,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선발 등판했지만, 그의 어깨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류현진은 4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6개의 안타를 얻어맞으며 4실점 하고 조기 강판되는 수모를 겪었다. 에이스의 부진으로 5대4, 단 한 점 차의 살얼음판 리드를 안게 된 한화 벤치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순간, 팀을 구원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것은 '소년 영웅' 문동주였다. 그의 등장은 위기에 처한 팀과 고개 숙인 대선배를 구원할 서사의 시작이었다.

 

문동주의 투구는 압도적이었다. 6회말 무사 1루의 위기 상황에 등판한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후속 세 타자를 삼진 두 개와 땅볼 하나로 가볍게 처리하며 이닝을 삭제했다. 7회에는 2사 2, 3루의 절체절명 위기에 몰렸지만, 삼성의 강타자 디아즈를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포효했다. 위기 뒤에 더 강해지는 그의 모습에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점차 뜨거워졌다. 8회에도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내주며 잠시 흔들리는 듯했지만, 후속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위력투로 삼성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그의 손끝을 떠난 공은 단순한 공이 아니라, 패배의 불안감을 지워내는 희망의 불씨였다.

 


경기의 대미를 장식한 것 역시 문동주였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지친 기색 없이 마지막 힘을 쥐어짰다. 선두 타자와 두 번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 김성윤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는 순간, 문동주는 주먹을 불끈 쥐고 뜨겁게 포효했다. 4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완벽한 구원이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더그아웃에서 가장 먼저 뛰어나온 것은 류현진이었다.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려 자신을 구해낸 어린 후배를 영웅처럼 맞이했다.

 

자신의 부진으로 무너질 뻔했던 경기를 완벽하게 지켜낸 후배가 달려오자, 류현진은 말없이 그를 자신의 품에 뜨겁게 끌어안았다. 마치 "고맙다, 네가 해냈다"라고 말하는 듯한 함박웃음과 함께였다. 대선배의 품에 안긴 문동주는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승리의 기쁨과 안도감을 만끽했다. 에이스의 부진을 젊은 피가 완벽하게 메우며 승리를 쟁취한 이 장면은, 한화가 한국시리즈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된 이날 경기의 모든 것을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한화 왕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뜨거운 포옹은 팬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