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10월 A매치 친선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 10일 브라질에 0-5로 대패하며 침체됐던 분위기를 홈에서 열린 승리로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캡틴' 손흥민(로스앤젤레스 FC)은 홍명보 감독의 대대적인 로테이션 속에서도 선발 출전하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브라질전 선발 라인업에서 단 3명만이 살아남은 가운데, 손흥민은 황인범, 김민재와 함께 2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으며 변함없는 신뢰를 증명했다. 비록 원톱으로 공격 선봉에 섰지만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되어 아쉬움을 남겼지만, 경기 전 진행된 A매치 최다 출전 기념행사는 그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브라질전 대패로 선수들이 위축되고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는 모습을 보여줘 주장으로서 고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팀의 승리에 대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A매치 최다 출전 기념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준 '전설' 차범근 감독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우러러보던 분과 한 경기장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며, "한국 축구 영웅의 축하를 받을 수 있어 너무나 큰 기쁨이다. 먼 길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하며 깊은 존경심을 표했다.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풀타임 출전 빈도에 대한 질문에는 "오늘 경기는 감독님께서 미리 말씀해주셨다. 나는 항상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라고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아직 시즌 중이고 중요한 경기가 남아있어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신 것 같다. 미리 이야기해주시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말하며 감독의 결정을 존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개인의 기록보다는 팀의 상황과 감독의 전략을 우선시하는 그의 '팀 플레이어'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개인의 욕심을 내세우기보다는 팀의 일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감독의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진정한 리더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날 파라과이전은 총 2만 2,206명의 관중이 입장하며, 해외파가 총출동한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적은 관중 수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72경기 중 6번째로 적은 수치이며, 코로나19 이후 최소 관중 기록이다. 심지어 손흥민이 이곳에서 뛴 A매치 경기 중 가장 적은 관중이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낯설기보다는 와주신 팬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라며, "재밌고 멋진 축구를 하면 다시 경기장에 와주실 것"이라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추석 연휴 직후라 다들 바쁘셨을 것이다. 이런 이벤트보다 신경 쓰셔야 할 일이 있을 수 있다"며 팬들의 상황을 먼저 헤아리는 속 깊은 모습을 보였다. 이어 "우리가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잘하면 된다. 앞으로 우리가 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관중 수 감소를 선수들의 몫으로 돌리는 '월드클래스'의 품격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