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사업가 미셸 강(66·한국명 강용미)이 유럽 여자축구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그가 인수한 잉글랜드 여자축구 2부 리그(챔피언십)의 런던 시티 라이오네스가 파산 위기를 딛고 1부 리그(슈퍼 리그)로의 극적인 승격을 이뤄내며, 세계 축구계는 그의 경영 수완과 축구 철학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8일(한국시간) 보도에서 “미셸 강이 축구계에 혁명을 이끌고 있다”며 그가 이끄는 런던 시티 라이오네스의 슈퍼 리그 승격 소식을 대대적으로 다뤘다. 이 팀은 2023년 말까지만 해도 존폐 위기에 놓였던 클럽이었다. 하지만 미셸 강은 해당 해 12월, 이 구단을 인수하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했고, 불과 5개월 만에 구단을 1부 리그로 올려놓는 기적 같은 반전을 일궈냈다.

 

서울에서 태어난 미셸 강은 1981년 미국으로 이주해 사업가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특히 2008년 설립한 헬스케어 IT 기업 ‘코그노산테(Cognosante)’를 통해 이름을 알리며, 현재 포브스가 추정한 그의 자산은 약 12억 달러(한화 약 1조 6776억 원)에 이른다. 그간 IT 업계에서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해온 그는 이제 세계 여자축구 시장에서도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강 회장은 2022년 미국 여자축구팀 워싱턴 스피릿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축구계 진출에 나섰고, 이후 세계 최고 명문 여자 축구팀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의 올림피크 리옹 페미냉, 그리고 영국의 런던 시티 라이오네스를 차례로 인수했다. 세계 각지의 유력 구단을 손에 넣은 그는 현재 여자축구계에서 보기 드문 ‘거물 투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를 “여자 축구 역사상 최초의 거물”이라고 표현하며 그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행보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축구에 대한 열정’보다는 ‘경영적 판단’에서 시작된 투자라는 점이다. 미셸 강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리오넬 메시가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털어놓으며, 남자축구보다 덜 주목받던 여자축구에서 사업적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19년 미국 여자월드컵 리셉션에서 처음 여자 프로리그에 대해 들었고, 그 가능성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런던 시티 라이오네스의 부활은 그의 확신과 실행력이 결합된 결과였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셸 강은 “모두가 미쳤다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나는 뛰어들었다”며 “잠재력을 확실히 봤고, 집중하면 반드시 후회 없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인수 직후,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조직의 잠재력 극대화를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과 인재 영입에 집중했다.

 

 

 

강 회장은 “내가 성공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로 조직을 꾸리는 것”이라며 “그들의 의사결정에 간섭하지 않고, 권한을 보장하며 신뢰 속에서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철학은 라이오네스의 빠른 성장을 이끄는 핵심 전략이 됐다.

 

이번 승격은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여자축구의 저평가된 가치와 상업적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한 사례로, 미셸 강의 투자 모델은 앞으로 글로벌 여자축구 시장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많은 남자팀과 여자팀이 승격 후 곧 강등되지만, 나는 라이오네스를 슈퍼 리그 중위권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왔다”며 “적절한 투자만 이루어진다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가 인수한 또 다른 구단인 프랑스의 올림피크 리옹 페미냉은 최근 페미냉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 정상급 전력을 과시했다. 미국의 워싱턴 스피릿 역시 그의 경영 아래 점진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셸 강은 현재 추가적인 구단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의 여자축구 제국은 앞으로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무너질 뻔한 팀을 유럽 최상위 리그로 이끈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한 여성 사업가’의 스토리를 넘어, 스포츠 비즈니스의 미래를 바꾸는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여자축구를 향한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